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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공방/3D Modeling

배수구 마개 제작

by CiON 2023. 4. 28.

아주 끔찍한 일이 있었다. 자취방에 3월 28일을 기점으로 한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바퀴벌레가 2번, 그리마가 4번이 나오는 역대급 기록을 달성했다. 비록 낡은 연립이고 1층이라도 고지대에 있고 관리가 잘 되어있는 방이라 벌레랑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심신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집주인분에게 이야기를 드렸더니 약을 쳐주셨는데 그래도 나온다. 나온다고 죽일게 아니라 원인을 제거하고 죽여야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터, 매번 벌레들이 나온 위치를 프로파일링 했더니 하수구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근데 이 하수구들 막혀있긴 막혀있다. 테이프로... 테이프들이 오래되고 하수구다 보니 물에 닿으면서 틈이 생겼는데 그 틈으로 신나게 벌레들이 룸메이트를 하자고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 지긋하신 집주인분들께 얘기드려봤자 다시 테이프로 막아주실테고 그 정도는 내가 스스로해도 상관없다. 애초에 이 근처 하수구를 전부 청소할 수는 없으니 이건 내가 해결을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화장실 메인 배수구는 이미 시중에서 판매하는 마개를 사용하고 있어서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고

내가 막아야 할 곳은 세탁기 배수구, 세면대 배수구, 싱크대 배수구 3곳이였다. 위 사진처럼 일일히 치수를 재고

최대한 단순한 형태이면서 벌레가 들어올 수 없게 막을 수 있는 모양으로 스케치를 해보고 2-3번 시제품을 뽑아봤다.

좌) 세면대 배수구 마개 / 우) 세탁기 배수구 마개

그래서 뽑힌게 이 두개이다. 세면대 배수구 파이프는 길이를 최대한 잘라놓은 형태여서 무언가 끼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였기에 최대한 파이프 직경에 꽉 차는 모양으로 만들었고 벌레가 0.5mm로 몸이 납작해져도 살아있을 수 있는게 아니라면 이정도 조치에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탁기 배수구는 그냥 유가모양대로 통째로 뽑아서 막아버릴까 생각을 했지만, 내 집이 아니다 보니 빼낸 배수구 유가도 보관할 장소도 마땅찮고 혹시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그냥 스탠유가의 끝 부분에 끼워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했다. 

아마 나중에 내 집을 마련하면 통째로 뽑아서 교체할 것 같다. 딱 맞게 인쇄했기에 정확하게 끼워들어갔고 세탁기의 배수호스도 정확하게 끼워져 이건 0.5mm가 아니라 0.01mm여도 못 기어나올 것 같다.

 

실제 착용한 모습도 올리고 싶었는데 음... 별로 보기 깔끔한 광경은 아니여서 그냥 생략했다.

 

싱크대 하부 구멍에 마개를 설치한 모습

싱크대 하부는 직경이 거의 12-3cm? 정도되는 거대한 파이프를 매립해 두었던데 웃긴게 배수호스를 빼내려 했더니 배수호스 안에 이상한 철사같은 것들이 잔뜩 튀어나와서 호스가 못 빠져나가게 장치가 되어 있었다. 마치 외계생명체를 보는듯한 역겨운 장면에 싱크대 하수구는 마개제작을 포기하고 다이소에서 산 방수테이프로 겹겹이 처리를 해두었다.

 

퍼즐처럼 두개로 쪼개서 호스를 빼내지 않고 그냥 위에서 합쳐서 덮어버릴까 생각하고 설계도 까지 짜놨었지만 호스가 고정이 되어있어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데다가 철사가 덮개 예상위치의 위까지 올라와 있었고 (너무 끔찍한 광경이다) 싱크대 하부 공간이 하도 작아 치수를 재기도, 작업하기도 까다로워 그냥 테이프로 덮는걸로 합의를 보았다.

 

아쉬운 마음에 싱크대 하부장과 밑판으로 이어지는 배수호수 구멍의 틈만 사진처럼 막아두었다. 설치한지 1주일정도 지난 현재까지는 이틀에 한번꼴로 안부인사를 묻던 벌레들이 보이지 않는다. 제발 계약이 끝날 때 까지 인사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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